2026-10-08

4.32배. 하루 5% 수익을 30일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어 붙였을 때 원금이 불어나는 크기입니다. 100만 원으로 시작했다고 가정하면 약 432만 원입니다.
하루 5%는 금융감독원 보도자료에 실린 숫자입니다. 'AI 자동매매'를 내건 불법 업자의 홍보 문구 예로 적혀 있습니다. 이 숫자를 날짜 위에 늘어놓으면 광고가 무엇을 약속하는지 금방 보입니다.
금융감독원은 2024년 2월 19일 조간 보도자료에서 2023년 한 해 불법 금융투자 사이트와 게시글 약 1천 건을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혐의가 구체적인 56건은 수사를 의뢰했습니다(금융감독원 보도자료).
56건 가운데 가장 많은 유형은 가짜 투자앱을 통한 투자중개로, 26건(46.4%)이었습니다. 보도자료는 이 유형의 첫 수법으로 'AI 자동매매 빙자'를 들었습니다.
2026년 10월 7일 구글과 네이버에서 ai 자동매매를 치면 자동완성에 수익률·후기·사이트가 같이 붙습니다. 광고에 적힌 수익률이 말이 되는지는 곱셈으로 따져 볼 수 있습니다.
하루 5%는 작게 들립니다. 그런데 번 돈을 다음 날 원금에 더해 다시 굴리면, 날마다 1.05를 곱하는 셈이 됩니다.
복리: 전날까지 불어난 돈 전체에 그날 수익률을 곱하는 셈법. 하루 5%로 30일이면 1.05를 30번 곱한다.
광고 문구를 그대로 넣어 날짜별로 계산했습니다. 아래 값은 손실 나는 날이 하루도 없다고 가정한 것입니다.

30일에서 멈추지 않으면 숫자는 더 가파르게 오릅니다. 60일째는 18.68배, 90일째는 80.73배입니다. 100만 원으로 시작한 돈이 석 달 뒤 약 8,073만 원이 되는 계산입니다.
1년 365일을 다 채우면 약 5,421만 배가 됩니다. 100만 원이 54조 원을 넘는 셈입니다.
광고 숫자가 사실이라면 이 계산도 사실이어야 합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가진 사람이 강의를 열고 남의 투자금을 모을 까닭이 있을지 먼저 따져 볼 만합니다.
다음은 확률입니다.
광고는 높은 확률의 예로 80~98%를 들었습니다. 이 확률을 날마다 맞힐 확률로 가정하면, 80%일 때 30일 가운데 평균 6일은 빗나갑니다. 보도자료에 옮겨진 광고 문구에는 그 6일에 얼마를 잃는지가 없습니다.
손실이 끼면 복리는 금방 줄어듭니다.
5%를 번 다음 날 5%를 잃으면 원금의 99.75%만 남습니다. 오른 만큼 내렸는데도 출발점보다 아래입니다.
가정을 하나 바꿔 봅니다. 14일 동안 하루 5%씩 불려 1.98배가 된 뒤 하루에 절반을 잃으면 0.99배, 원금 아래로 내려갑니다.
하루 5%와 80~98%는 둘 다 버는 쪽 숫자입니다. 잃는 날의 크기가 함께 나오지 않으면 이 두 숫자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보도자료가 적은 수법은 순서가 있습니다. 첫 입금 이벤트 등으로 사람을 끌어들인 뒤, 앱 화면에 큰 수익이 난 것처럼 보여 줍니다. 그다음 AI 프로그램 오류로 큰 손실이 났다며 투자금을 가로채고 사라집니다.

같은 보도자료에는 실제 피해를 바탕으로 다듬은 사례도 실렸습니다. 2023년 11월 인스타그램 광고를 보고 텔레그램 단체방에 들어간 사람에게, 고위공무원을 사칭한 사람이 수익확률 80% 이상의 AI 프로그램을 권했습니다.
방 안의 다른 참여자들은 수익을 인증하며 믿음을 보탰습니다. 이후 프로그램 오류로 전액 손실이 났다는 말과 함께 만회하려면 더 넣으라는 요구가 이어졌고, 추가로 넣은 돈도 같은 방식으로 잃었다고 합니다.

금융감독원은 제도권 금융회사가 단체 채팅방에서 투자 앱이나 프로그램 설치를 권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금융감독원은 불법업자와 거래해 생긴 손해는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적었습니다. 돈을 넣기 전에 아래 다섯 줄을 하나씩 확인해 보세요.
돈을 넣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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